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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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귀신기타 2016. 1. 20. 20:43
[육룡이 나르샤] 귀신 어릴때 태미에게 특이한 병이 있었다. 그것이 어떤 병이냐하면, 해가 저물고 달이 뜨면 '태미'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태미의 탈을 쓰고서 눈을 뜨는 것. 일명 몽유병과 같은 증세이긴 하나, 그 무언가의 성깔이 워낙 사나워 함께 지내는 선미가 항상 고생을 했다. 말도 제대로 들어먹지 않고 사납고 괴팍한 성격 탓에 선미는 그것이 분명 아주 고약한 귀일 것이라 여겼다. 아비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무당에게도 데려가 보고, 부적도 써 보았더랬다. 허나 효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힘으로 태미를 제어하는 것뿐. 어느날은 그 몽유병 때문에 선미와 태미의 귀가 크게 싸워 선미가 크게 다치는 일이 생겼다. 태미 또한 몸이 성하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태미를 붙들고 있던 선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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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아파트 주민이 나르샤기타 2016. 1. 17. 17:20
[육룡이 나르샤] 아파트 주민이 나르샤 *본 글은 ‘육룡’ 아파트에 사는 길 뫄뫄 씨가 쓰신 일기입니다. 일기.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인데, 얼마 전 후배가 암호도 아니고 글을 해도 해도 너무 못 써서 보고서만 보고는 대체 무슨 내용인지 유추할 수가 없으니 제발 뭐라도 쓰는 연습을 좀 하라고 했다. 그래서 쓴다. -2016.01.01 안 쓰다 쓰려니 맨날 까먹는다. 적룡아, 미안하다. -2016.01.08 뭐 쓰지. -2016.01.09 쓸 게 없다. -2016.01.10 적룡이랑 김치볶음밥 먹었다. 좀 짭더라. -2016.01.11 어제 야간근무하다 집에 갔더니 태미…(찍찍 그어져있다)가 아랫집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뭔 얘길 그리 시끄럽게 하나 들어봤더니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싸우는 거였다.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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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화루 (花淚)기타 2016. 1. 17. 13:26
[육룡이 나르샤] 화루 (花淚) ‘길태미가 죽었다.’ 어젯저녁부터해서 개경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저작거리를 크게 울리던 음성이다. 선미는 포대자루에 싸인 한 인형을 어깨에 들쳐 메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제발. 형님.’ 아우님의 음성이 귓가를 아른거린다. ‘이제사 형님이라 부르지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응?’ 선미는 눈가를 스치는 바람이 매서워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꽉 움켜쥔 포대가 미동조차 없다. 힐끔 제 어깨에 시선을 두었다가 저 멀리 보이는 초가에 눈을 고정시킨다. 거의 다 왔다. 별 말은 안하지만 간간히 들려왔던 신음으로 보아서, 고신 깨나 당한 모양. 이 자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저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서 선미는 숨을 골랐다. 성인 사내 하나를 업고 하루를 내리 뛰었더니 저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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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무릎베개기타 2016. 1. 17. 12:09
[육룡이 나르샤] 무릎베개 태미와 선미는 원수가 따로 없으리만치 얼굴을 보기만하면 서로에게 칼부터 들이밀곤 했다. 마침 이번에도 오랜만에 만나 한참을 투닥이던 차다. 얼마나 칼을 섞었을까 먼저 칼자루를 놓친 태미가 숨을 고르며 풀숲에 드러눕는다. 선미는 의아한 표정을 했다. 그새 실력이 상했나. 아니, 그건 아닐 테지.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얼굴색이 좀 안 좋긴 했다. 선미의 마음에 걱정스러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것이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할 즈음 태미가 불쑥 손짓한다. “야, 여기 좀 앉아봐.” 지친 음성이었다. 툭툭 제 곁을 치고는 축 늘어지는 태미의 손.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 선미는 걸음을 뗐다. 마지못한 표정으로 곁에 앉아 무릎을 내어주는 선미의 모습에 태미가 너무도 당연스레 그 무릎을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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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제일검기타 2016. 1. 17. 11:34
[육룡이 나르샤] 제일검 태미가 죽기 전날 밤, 선미가 찾아왔다. 몇 년 만에 찾아와놓고 하는 말이 우스워 태미가 한쪽 입꼬릴 당긴다. ‘함께 가자’고? 나보고, 이 삼한제일검보고 검의 대결로 그놈을 이기지 못할 테니 도망가라. 지금 그 말이야? “웃기는 소리 좀 작작해.” 태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선미는 가만히 아우님을 바라보았다. 태미는 실컷 승질을 부리다 문득 선미를 돌아보았다. 간만에 봐서 그런가 형님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태미였다. “제일검이 왜 제일검인줄 알아?” 그렇게 묻고, 태미는 추궁하듯 선미를 바라본다. 선미는 답 없이 마주보았다. 불쾌한 듯 눈썹을 찡그리지도 짜증내듯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았다. 태미는 입을 떼었다. “내가 여기서 내려올 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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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악연기타 2016. 1. 17. 10:55
[육룡이 나르샤] 악연 “정말 대단한 악연이군.” 선미의 차가운 음성이 귓가에 스민다. “이미 한 번 경고했건만.” 그 음성은 비소와 함께 그의 칼처럼 방지를 향해 겨누어졌다. 방지는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었다. 맞닥뜨렸던 검신의 떨림이 칼자루를 쥔 손바닥까지 이어졌다. 저릿한 손을 쥐었다 펴며 혼란스런 눈으로 선미를 훑었다. 다르다. 어릴 적 만났던 길선미와는……. 찌푸려진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던 방지의 시선이 사내의 눈동자에서 멈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새까만 눈, 그때와 다르면서 같은 눈이다. ‘이 아이를 지켜주시오.’ 잔잔하던 그 음성이 문득 귓가를 스친다. 그렇게 말했었잖아, 당신. 방지가 울컥하여 속으로 외쳤다. 눈치로는 분명 저를 아는 눈치다. 헌데 왜. 방지는 무심코 이를 악물었다가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