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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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키워드기타 2016. 5. 2. 14:04
[육룡이 나르샤] 키워드 연성 다 큰 녀석이 벌건 대낮에 이렇게 누워 자면. 선미가 속삭였다. 태미는 얼굴에 드리웠던 볕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꿈나라다. 선미가 가만히 태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뒤통수의 볕은 따가운데 얼굴에 진 그늘은, 콧등에 닿는 숨은 서늘하고 간지럽다. 부끄럽지도 않니. 태미야. 톡, 반 시진 전 근처 밭에서 따다온 커다란 해바라기로 남은 볕을 가려본다. 비어있던 턱끝까지 완전히 그늘로 물든 태미의 얼굴을 바라보다 짧게 입맞춤을 하였다. 해바라기가 있어 다행이었다. 태미가 작게 칭얼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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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꿈기타 2016. 4. 23. 00:05
[육룡이 나르샤] 꿈 태미에게는 형제가 있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의, 성은 같은 길吉씨요 이름은 선미善味라는 아주 꼭 닮은 남자형제가. ‘있었다’는 것은 지금은 없단 이야기다. 어릴 적 어떠한 연유로 죽어 세상을 떠났다고 아버지와 어머닌 말씀하시곤 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하여 다 클 때까지 네댓 번은 더 들었다만, 사실 태미는 기억에도 없는 형제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었다. 어떤 꿈을 꾸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떤 꿈. 그게 무엇이냐면 바로 저가 ‘길 선미’가 되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선미가 된 그는 어떤 연유에선지 악귀가 되어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정확히는 어떤 집 앞을 서성이고 있기에 고개를 갸웃하곤 그 초가집 안에 쑥 고개를 집어넣었다. 두리번 방 안을 살펴보니 자그마한 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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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천둥번개기타 2016. 4. 23. 00:00
[육룡이 나르샤] 천둥번개 두 형제가 어릴 적이었다. 낡은 초가에 살며 이런 일 저런 일 함께 견뎌온 선미와 태미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생임에도 둘은 무척이나 달라 얼굴을 제외하곤 과연 쌍둥이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선미는 의젓하였고, 태미는 어여뻤다. 사내아이에게 어여쁘단 말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태미는 웃음마저 어여뻤고 활발하지 못한 선미와 반대로 호기심도 많고 늘상 밝았다. 하여 선미는 제 아우인 태미를 지켜주려는 경향이 있었고 태미 또한 제 쌍둥이 형인 선미를 제법 의지하였다. 거의 일방적이었던 그 마음이 처음으로 변화를 보인 것은 아직 그들이 어렸던 어느 날, 땅이 꺼질 듯 비가 내렸던 때이다. 쏴아아 빗줄기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하늘은 번쩍하고 울었다. 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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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현대AU 육룡아파트의 주민들기타 2016. 2. 7. 14:48
[육룡이 나르샤] 현대AU 육룡아파트의 주민들 여기는 평화롭고 한적한 육룡아파트, 2016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먼~쥐가 되어어~!” 아니,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입니다. 벽 너머로 시끄럽게 들리는 노랫가락에 청년이 부스스하게 일어납니다. 퀭한 눈으로 이불 속에 멍하니 앉아있던 청년은 곧, 푹 고개를 숙입니다. “작은 가쓰음으으을~!” 2절이 시작된 것입니다. 청년의 방 시계는 아직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참지 못하고 방지는 침대를 나섭니다. 방문을 열어젖히는 그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똑똑 청년의 손이 앞집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조금 전 노랠 부르며 들어간 사람을 소환하기 위해섭니다. 똑똑, 똑, 똑똑똑 아무리 두드려도 나오지 않는 인영에 청년은 앞집 문을 가만히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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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손기타 2016. 1. 31. 23:17
[육룡이 나르샤] 손 선미는 머뭇거리다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아우의 손은 차기만 하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맞잡아본 그 손은 까슬거리고, 이곳저곳 부르터 성한 곳이 없었다. 쓰게 웃으며 선미는 그제야 아우의 손등을 손끝으로 매만져본다. 이렇게 제대로 손을 맞잡아본 것이 대체 몇 년 만이던가. 10년? 아니, 20년도 넘었을까? 옛날, 수십 년도 더 전 꼭 맞잡아왔던 아우의 작은 손이 선미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놓지 않겠다는 듯이 그땐 그리도 꼭 맞잡아주었는데…. 문득 그땐 그리도 작았던 손이 이렇게나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아우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언제였지. 의도했던 것은 아니나 어느 순간 멀어졌다. 손? 손은커녕 얼굴조차 마주치기 힘들 지경이었지. 제 탓이 반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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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냐르샤] 새벽녘기타 2016. 1. 23. 01:12
[육룡이 냐르샤] 새벽녘 짹짹 우는 새 소리에 선미가 눈을 뜬다. 아침 댓바람부터 한숨을 쉬는 것은 그리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도 밤을 새어버리고 말았다. 푸욱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 머리 위로 팔을 얹는다. 팔뚝의 무게가 이마를 누르며 그나마의 두통을 줄여준다. 무거운 눈꺼풀을 감으니 까만 밤이 펼쳐지고, 그 속에 언제나와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하얀 눈이 내리고, 비틀거리는 네가 있고, 붉은 핏물이 흐르고, 서슬 퍼런 칼날이 허공을 가른다. 선미가 팔뚝에 힘주어 눈두덩을 짓눌렀다. 다시 한숨을 쉬며 턱 막혔던 속을 풀어본다. 별반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야 나았다. 잠을 자긴 글렀군. 눈 붙이는 것을 포기하고 선미가 몸을 일으켰다. 낮게 피곤할 것이 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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