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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손기타 2016. 1. 31. 23:17
[육룡이 나르샤] 손
선미는 머뭇거리다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아우의 손은 차기만 하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맞잡아본 그 손은 까슬거리고, 이곳저곳 부르터 성한 곳이 없었다. 쓰게 웃으며 선미는 그제야 아우의 손등을 손끝으로 매만져본다.
이렇게 제대로 손을 맞잡아본 것이 대체 몇 년 만이던가. 10년? 아니, 20년도 넘었을까? 옛날, 수십 년도 더 전 꼭 맞잡아왔던 아우의 작은 손이 선미는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놓지 않겠다는 듯이 그땐 그리도 꼭 맞잡아주었는데….
문득 그땐 그리도 작았던 손이 이렇게나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아우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언제였지. 의도했던 것은 아니나 어느 순간 멀어졌다. 손? 손은커녕 얼굴조차 마주치기 힘들 지경이었지.
제 탓이 반절 이상일 것이다. 죄책감에 선미가 짧게 숨을 쉬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손을 마주잡지도, 눈을 맞추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시간을 함께하지도 않았다. 같은 곳,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쌍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적어졌지.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이었다.
저는 저대로, 아우는 아우대로 제 길을 걸어갔다. 아무리 쌍생이라 해도 엄연히 다른 객체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그러나 선미는, 아우의 삶이 부디 평탄하길 바랐다.
평탄하길 바랐다, 이 고려 땅에서 밑바닥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것이 불가능케 하는 일이었을 테지만……. 선미는 아우의 까슬한 손등을 따라 딱딱하게 굳은 손가락과 모조리 깨어진 손톱까지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우가 살아있었을 때라면, 과연 아우는 제게 이리 손을 맞잡을 기회를 다시 주었을까.
저 홀로 생각하던 선미가 실없는 웃음을 흘린다. 이제는 어릴 적처럼 맞잡아주지도 않는 손이다. 아니, 맞잡아줄 수 없는 손이다. 혹여나 그 손이 깨어질까 꽉 부여잡지도 못하고 선미는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쥐면 쥘수록 따듯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시려져만 가는 손 안의 냉기가 가슴 아파 결국 그에 고개를 묻고 만다.
아우야. 혹 내 길을 포기하고 너의 길을 따라갔다면, 나는….
감싸 쥔 손아귀를 넘어 맞댄 콧등까지 넘실대는 그 죽음의 향기가, 선미를 괴롭게 했다.
나는 다시, 네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본디 따듯했을 아우의 손이 아직도 생생히 손바닥 새로 느껴지는 것만 같아 선미는 두 눈을 감았다. 감으면, 까만 허공 속에서 금방이라도 아우의 얼굴이,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았기에.
-육룡이 나르샤 길태미른 전력, 주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