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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3 (제레온, 벨져, 자네트, 다이무스, 이글/썰@jekaru_cp)
    사이퍼즈 2014. 7. 21. 16:44

    [사이퍼즈]

     출연 : 제레온, 벨져, 자네트, 다이무스, 이글

     조건 : 제카르(@jekaru_cp) 님의 트윗썰에 의거.





     제레온은 자신의 딸 자네트가 부디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좋은 사람’인즉슨, 딸아이 같지 않게 조용한 자네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를 수 있도록 밝음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연약한 우리 딸애를 지킬 수 있도록 꺾이지 않는 강함을 지니고, 겉 매무새 또한 깔끔하며, 대장부답게 포부 또한 당찬… 그러한 사내 중의 사내 말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홀든 가의 벨져 군이라던가. 제레온은 퍼뜩 떠오르는 한 꼬마를 되짚었다. 맹랑한 꼬마였다. 쓸 데 없이 자신감은 넘치다 못해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줄줄 흘러댔으며, 그에 비해 실력은 귀엽기 짝이 없는 건방진 꼬마아이였다. 그래, ‘그랬었다’.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던 꼬마는 어느새 자라 자신의 역량에 맞추어 행동할 줄 아는 어엿한 사내대장부가 되었다. 아니, 제 행동에 되레 역량을 맞춘 꼴인가. 제레온은 흠, 하고 턱을 괴었다. 예나 지금이나 벨져 군의 외견은 사내답지 않게 곱긴 했지만, 실력과 포부가 그 허점을 잡아주어 보기에 나쁘지 않다.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야 함부로 얕볼 수 없고, 해서 그리 곱게 생겼다 해도 깔끔하니 좋게만 느껴지니 말이다. 남들이 그렇지 않다 해도 제레온 자신은 그랬다.


     자네트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해도 벨져 군이라면 그 특유의 마이페이스로 아랑곳 않고 딸애를 잘 이끌어 줄 것이다. 제레온은 슬픈 표정으로 제 얼굴을 부여잡았다. 어릴 적 사랑스럽던 딸애의 미소를 보지 못한 지 벌써 몇 년 된 것만 같았다. 물론 ‘지금은 사랑스럽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활발했던 딸애의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어릴 때처럼 귀엽게 웃어주면 좋으련만. 제레온이 과거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에 빠져있는 사이, 벨져와 제레온이 탄 말이 금세 제레온의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제레온 경. 다 도착했습니다.”


     아, 그렇군. 벌써 도착인가. 제레온은 벨져의 음성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저택 안으로 발길을 향했다. 곧 딸애 얼굴을 볼 생각에 말에서 내린 제레온의 걸음은 무척이나 경쾌했다. 벨져가 그런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제게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때와는 판이한 그 분위기가 무척 적응되지 않는다. 물론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말이지……. 벨져는 말에서 내리느라 흐트러진 머리칼을 한 번 손으로 쓸고 제레온의 뒤를 쫓아 저택에 들어섰다.


     “어? 형?”


     곧 그 자리에 멈춰서야 했지만.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단 듯이 보이는 자네트와 다이무스에 벨져가 걸음을 멈췄다. 제레온은 자네트를 보자마자 반가운 몸짓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반가운 몸짓이란, 어린 딸에게 하듯 한달음에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는 말이다.


     “크리스티네, 잘 있었니?”


     “네, 아버지. 그보다.”


     아주 꼬옥 저를 끌어안으며 하는 제레온의 말에 자네트가 어색하게 그를 마주 안아주고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드릴, 말씀이.”


     단점이라면 너무 꽉 끌어 안겨서 그녀의 말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부녀간에 사랑 가득한 포옹이라면 뭐 나쁠 게 있겠는가. 제레온의 품에 묻혀 제대로 말도 못 뱉고 낑낑대는 자네트의 모습에 다이무스가 난감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다. 벨져는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닌 듯, 혼자 남겨진 형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어이, 형아. 무슨 일로 제레온 경의 저택에 온 거야?”


     “벨져.”


     장난기 어린 벨져의 물음에 그제야 그를 본 다이무스가 폭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트 양의 초대로 이글과 함께 잠깐…….”


     그러곤 말을 잇던 다이무스의 목소리를 제치고 돌연 커다란 음성이 울렸다.


     “자. 크리스티네, 네 사윗감이다!”


     뭣. 다이무스는 휙하니 제 눈앞에 있던 벨져를 누군가 낚아채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틀었다. 제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동생은 어느새 제레온의 손에 들려 자네트의 앞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네?”


     “응?”


     얼이 빠진 자네트와 벨져가 두 눈을 끔뻑이며 서로를 보았다. 잠시 뒤, 자네트가 결국 폭발하듯 외쳤다.


     “아버지이!”


     새빨개진 딸애의 모습에 의아하여 멈칫한 제레온의 귓가에 곧 쩌렁쩌렁한 딸의 음성이 틀어박혔다.


     “저, 저는 다이무스 오라버니가 좋단 말입니다!”


     “뭣, 뭣이?”


     검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매사에 소극적인 줄 알았던 딸이, 지금 뭐라고…? 자네트의 폭탄발언에 제레온은 쩌억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 굳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다이무스는 갑자기 제게 튄 불똥에 흠칫하고 자네트를 쳐다보았다. 상황판단을 위해 잠시 가만히 있던 벨져가 이내 씩 웃음을 지었다.


     “호오, 그거 잘됐군.”


     그리고는 말했다.


     “나는 제레온 경이 좋으니까.”


     그러며 폭탄발언의 여파로 인해 제레온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저를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을 되레 역으로 붙잡고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렇담 형님을 줄 테니 제레온 경을 내게 넘기지 그래?”


     뭐? 자네트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벨져를 쳐다보았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고, 정신을 잡아 보았지만 시야에 뵈는 벨져의 표정은 꿋꿋하기만 하다. 지금, 벨져 저 녀석이 뭐라고…? 그녀가 넋이 나간 사이 어디선가 새하얀 머리칼을 흩날리며 낯익은 음성하나가 새로이 끼어들었다.


     “그건 안 되겠는걸, 작은 형.”


     이글이었다. 어딜 가 있던 건지 보이지도 않던 막내 놈이, 대뜸 나타나 큰 형 다이무스의 어깨에 툭하니 팔을 걸치며 개구지게 웃는다.


     “난 큰 형이 좋거든?”


     어릴 적, 벨져에게 빼앗겼던 장난감을 도로 되찾았을 때 지었던 꼬마 이글의 미소처럼. 벨져가 샐쭉하니 입꼬리를 당겼다. 제레온의 손을 그러잡은 벨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핏기가 가셨다. 가만있던 반대 손은 어느새 허리춤에 찬 검 언저리에 놓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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