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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2 (웨슬리, J, 메이어)
    사이퍼즈 2014. 6. 21. 16:11

    [사이퍼즈]

     출연 : 웨슬리 슬로언, J 헤이스팅스, 메이어 헤이스팅스

     조건 : 메이어 헤이스팅스가 오해를 사 죄를 덮어 씌임 당한다. 웨슬리 슬로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딸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그만한 실력을 갖추게끔 이끌어주는 것. 그 총구가 자신을 향하더라도 말이다. 회사, 헤더 인더스트리는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메이어 헤이스팅스를 내몰았을 때에, 웨슬리 슬로언은 군을 나와 저가 대신하여 헤더 인더스트리에 들어간다. 동료들과 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고 그 때문에 죽어버린 친구의 하나뿐인 딸 또한 지켜주기 위하여.



     “당신, 죽여버릴 거야.”


     J 헤이스팅스. 웨슬리는 그녀가 저를 향해 겨누는 총구를 보았다. 어릴 적부터 멋들어진 것을 좋아했던 그녀답다면 그녀다운 총신이 눈에 들어온다. 금빛으로 빛나는 총구, 화려한 장식. 웨슬리가 설핏 웃었다.


     “오랜만이네, 이제 함부로 이름도 못 부르고 영락없이 ‘J’라고 불러야겠군.”


     태연한 그의 음성에 J의 입새로 까득 이가 악물렸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바르르 떨리는 그녀의 입술이 웨슬리의 눈길을 따라 움직인다. J의 얼굴은 끝내 참지 못하고 일그러졌고, 감정이 북받쳐 새빨갛게 변했다.


     “웨슬리 슬로언! 당신이!”


     웨슬리 슬로언, 그의 얼굴이 마치 ‘현재’가 ‘옛날’과 하등 다르지 않단 마냥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아버지 곁에서 저를 보던 바로 그 모습으로. 그것이 더 자신을 화나게 했고, 그래서 더욱 참지 못했다.


     -아빠가 군인이 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그 웃음이 그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서. 아버지의 옛 사진을 보며 묻는 어린 J 자신에게 아버지 ‘메이어’는 당시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빠와 아빠 친구들이 바라는 세상이 있거든…….-


     그러며 그는 사진 속 옹기종기 모여 찍은 여러 명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J도 아버지를 따라 사진으로 눈을 고정시켰고, 그곳엔 종종 집까지 찾아와선 저와 놀아주곤 했던 ‘아저씨’도 있었다. 두 눈을 깜빡이는 J의 귓가에 이어서 메이어의 음성이 콕하니 박혀든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어.-


     아버지는, 어린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행복하다는 듯이. 그런데, 그런데 당신은…! J의 손이 권총을 장전하고 다시 한 번 총구를 겨눴다.


     “당신이 죽인 거야…….”


     웨슬리 슬로언, 그녀의 아버지가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좋아했던. 그래서 그녀 또한 좋아하며 따르곤 했던 그녀의 ‘아저씨’에게로.


     “우리 아버진, 당신이 죽인 거야!”


     -난 그들의 후원인이 되기로 했단다.-


     뿌듯함이 서린 메이어의 음성이 J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 입가를 장식했던 환한 미소가 자꾸만 눈앞을 아른거렸다.


     -‘헤더 인더스트리’에선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행복한 얼굴로 웃던 아버지의 얼굴과, 개구지게 웃으며 저를 놀리던 아저씨의 얼굴이 번갈아 그녀의 시야를 괴롭힌다. J의 일그러진 눈가에 일순 흉흉한 빛이 감돌았다. 커다란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동시에 쏘아져 나간 것은 총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저씨’, 웨슬리 슬로언.


     그녀의 마음이 갈기갈기 바스러진 채 그를 향했다.


     -슬로언.-


     메이어 헤이스팅스, 그의 얼굴이 어렴풋이 J의 얼굴에 묻어난다. 그런 J를 보며 웨슬리는 그를 떠올렸다.


     -난 자네를 믿네.-


     J는 커갈수록 그를 많이 닮았다. 그렇다고 그가 J처럼 성격이 급했던 것은 아니지만, 꼭 이렇게 정이 많았다. 웨슬리는 새빨갛게 변한 J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자네의 그 머리를, 그 통솔력을……. 아니, ‘웨슬리 슬로언’ 그 자체를 믿어.-


     그녀에 의해 가만히 당겨지는 방아쇠를 보고, 동시에 분출되는 그녀의 분노를 보았다.


     -만약 내가 잘못되는 한이 있더라도.-


     헤이스팅스 선배님. 웨슬리가 속으로 되뇐다.


     -자네는 분명 좋은 선택을 할 테지.-


     당신은 틀렸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던 메이어의 눈빛에서 웨슬리는 무한한 신뢰를 읽었었다. 웨슬리가 어느새 굳어진 얼굴로 J를 보았다. 아니, 그 위에 덧씌워진 메이어 헤이스팅스의 환영을 보았다.


     “당신 같은 건, 그냥 죽어버려!”


     웨슬리는 그렇게 소리치며 총을 난사하는 J를 묵묵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움직일 수 없었던 탓이다. 그녀에게서 나타난 메이어 헤이스팅스의 환상을 마주하고선, 그는 아무런 말도 제대로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겁니다.


     탕, 어깨를 스치는 총탄에 웨슬리가 그제야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메이어 헤이스팅스, 그를 지키지 못한 자신이 무엇을 지휘하고 또 무엇을 지키겠냐마는…….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당신의 신념만큼은. 웨슬리는 아닌 척 그 웃음을 평소와 같은 미소로 승화했다. 그러며 그녀를 보았다.


     “흠, 나를 쫓기 위함인가? J.”


     당신의 꿈만큼은. 그의 딸, J 헤이스팅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아이. 이제는 자라서 어쩌면 되레 그 계획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고, 또한 약점으로서 노출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웨슬리 슬로언! 내가 당신을 죽일 때까지, 당신은 그 누구에게도 죽을 수 없어. 그러니까!”


     이 ‘웨슬리 슬로언’이 그대로 무너지게 놔두지 않을 것이요. 입가에 미소를 장식한 채 웨슬리는 J를 보았다.


     “목이나 씻고 기다려. 내가… 반드시 당신을 죽일 테니까!”


     어렸던 개구쟁이 꼬마아이가 이렇게나 자랐다. 그만큼 자신은 늙었고, 세월 또한 흘렀다는 소리겠지만 웨슬리는 그렇게 생각하면 또 다른 미소가 지어졌다.


     당신의 계획이 이제 여기까지 왔습니다.


     빽빽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방출하는 J의 모습이 결코 헛소리가 아니며, 거짓하나 없는 그 분노가 상당히 무거울 것이라는 것 또한 웨슬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좋았다. 이제 앞으로 조금만 더, 모든 것은 계획대로다. 그러하면 끝내 자신의 전략은 승리할 것이다.


     당신이 믿어주었던 그 이름, ‘웨슬리 슬로언’을 걸고 저는 기어코 해낼 것입니다.


     존경하고 또 경애했던 ‘메이어 헤이스팅스’,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하여. 반드시.


     “그래, 기다리지. 나를 뛰어넘어봐라.”


     설령,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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