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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룡이 나르샤] 눈
    기타 2016. 1. 16. 23:07

    [육룡이 나르샤]

     

     

     

     어릴 적 겨울이 오면 선미는 아우와 함께 항상 들떴었다. 춥고 배고픈 것은 일상이었으니 그것들은 제쳐두고, 다만 기다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하얀 눈. 새까맣던 온 세상을 아주 하얗게 뒤덮어줄, 차갑고 시리고 따듯한.

     

     선미는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하얀 눈송이를 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리곤 허공에 대고 말을 걸어보았다.

     

     기억하는가, 아우님.

     

     차갑게 언 흙바닥에 하나둘 스미던 작은 눈망울이 곧이어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 위로 어린 아우의 모습이 드리운다. 새하얀 꽃이 하늘에서 내려오면, 아우는 정말 환히도 웃었다.

     

     저와 같은 얼굴로 그리 웃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하였다. 항상 상접하였던 피골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밝은 미소. 그 미소를 따라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와 같은 표정을 짓지는 못하였다.

     

     아우는 제게 항상 상상지도 못할 것들을 보여주곤 했다.

     

     하여 사랑했고.

     

     하여 부러웠으며.

     

     하여 안타까웠다.

     

     하나둘 스치는 기억에 서서히 입가가 내려앉는다. 무거운 입술을 닫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깜빡 시선을 환기시킨다. 아른거리던 아우의 모습이 사라져간다. 저 멀리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낯설고도 익숙하다. 뽀드득거리며 눈길을 밟던 아우의 모습은, 그래 못 본지 어언 수십 년이다.

     

     머리가 다 자라고 나서 아우는 더 이상 눈이 와도 제게 그런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마지막으로 보았던 미소는 그래서 무척 반가웠다.

     

     그래, 반가웠지.

     

     “선사.”

     

     적룡의 부름에 선미는 고개를 들었다. 머릿속을 맴돌던 아우의 웃음은 지워낸 지 오래다. 다시는 보지 못할 미소는 이 눈밭에 꼭꼭 담아두었다가. 훗날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리워지면 그때에나 꺼내보리라. 적룡의 눈길이 무언의 대화를 요청한다.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인 선미가 몸을 일으킨다.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그곳에 덩그러니 차가운 흙바닥이 드러난다. 하나둘 내려앉은 눈꽃이 그 자리를 메꾸어 선미가 있던 흔적은 곧 있었던 적일랑 없던 마냥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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