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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룡이 나르샤] 홍 인방 (洪 仁訪)
    기타 2016. 1. 17. 09:44

    [육룡이 나르샤] 홍 인방 (洪 仁訪)

     

     

     

     사람이 바뀌는 것이 무에 대수라고 태미는 생각했다. 한낱 쇳덩이도 망치로 내려치면 그 모양이 변하거늘 사람이라고 변치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해서 태미는 홍인방의 변화가 그리 새삼스럽지 않았다. 다만 그 변화가 제 마음에 쏙 드는 방향으로 틀어졌을 뿐인 것이지. 해서 손을 잡았고, 사돈지기가 되었으며, 이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술자리도 함께하고 있다.

     

     “사돈.”

     

     하지만 근래 들어 저 사돈이 어떠한 표정을 지어보일 때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 짝이었다. 나지막이 부르는 인방의 음성에 태미가 입가에 술잔을 대려다 멈춘다. 아쉬운 마음에 태미의 시선이 잠시 술잔 속 찰랑이는 액체에 닿았다. 옆에서 가만히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태미는 미소 띠며 제 사돈을 돌아보았다.

     

     “왜요, 사돈?”

     

     사돈의 안색이 흐릿하다. 취한 것이다. 지금껏 먼저 취한 적이 없던 인방인데 무슨 참지 못할 일이 생겨 이리도 저가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은 것인가. 이런 사돈이 생소하기도 하였지만, 설핏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하여 부드러운 음성으로 되묻자 인방이 맥없는 미소를 띠고 중얼댄다.

     

     “제가 이 말을 했던가요.”

     

     실은 조금 전 인방이 취하고서 벌써 세 번쯤은 들은 것 같은 대사다. 태미는 웃음을 삼키고 다시 잔을 들었다.

     

     “사돈.”

     

     인방이 다시 태미를 부른다. 푸욱 술 취한자의 한숨이 그 입새로 새어나왔다. 오늘로서는 벌써 세 번째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있었던 술자리 중엔 처음 뵈는 주사다. 사돈도 귀여운 면이 있네. 하고 태미가 웃는 상으로 술잔을 들이켤 때였다.

     

     “만약에 제가 모든 것은 잃게 되더라도…….”

     

     태미는 멈칫했다. 조금 전까지 반복되던 것과는 다른 대사다. 인방의 부정 섞인 말에 태미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났다. 그런 말은 꺼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입을 떼었다.

     

     “만일. 정말 만에 하나 그리된다 하더라도.”

     

     하지만 인방의 말이 먼저였다.

     

     “사돈만큼은, 절 비웃지 않으실 거지요?”

     

     저를 바라보는 인방의 시선에 태미는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해, 사돈. 그리 말하려다 단 둘이 함께 있을 때면 종종 떠올랐던 그 표정을 떠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사돈.”

     

     무어가 그리 불안하실까, 우리 사돈은. 여느 때처럼 웃으며 태미는 가볍게 그 어깨를 두드렸다. 인방의 얼굴엔 종종 나타나던 불안스런 표정이 사라지고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잔뜩 날이 서린 비소가 아니라, 눈동자까지 곱게 휜 안심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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