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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리치1 (쿄라쿠 슌스이, 우키타케 쥬시로)
    기타 2015. 1. 2. 20:43

    [블리치]

     출연 : 쿄라쿠 슌스이, 우키타케 쥬시로.


     호로록 들이켠 탁주 맛이 예술이다. 쿄라쿠는 절로 나오는 탄성을 애써 삼키지 않았다. 이제 겨우 한 잔 걸쳤을 뿐인데, 그러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쿄라쿠의 털털한 음성과 호들갑스런 그의 몸짓에 우키타케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이야, 자네와 이렇게 잔을 기울이는 것이… 이게 정말 얼마만이야.”

     “그도 그렇군. 미안하네.”

     씁쓸해지는 우키타케의 표정을 캐치한 쿄라쿠가 어깨를 으쓱이며 또 한 잔 들이켰다. 

     “뭐, 아픈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역시나 기분 좋게 찡그려지는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정말 간만에 먹는 술이니만큼 한 잔 한 잔이 아주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무리나 하지 말게, 우키타케~”

     “알았네. 자네야말로 과음…….”

     “에이, 잔소리는 그만하고! 자자, 잔이 비었다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우키타케가 개구지게 웃는 쿄라쿠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지간히도 즐거운 모양이다. 혈색 없던 그의 표정에도 스믈스믈 유쾌함이 서리기 시작했다. 우키타케는 어릴 적부터 약했던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꼭 건강해지고 마리라, 했던 다짐과는 달리 몸은 해가 갈수록 더욱 약해져만 갔고 그런 그에게 인맥이란 거의 껍데기와 같았다. 왜냐하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 이상의 ‘충분히 사회적 교감을 나눌 시간’을 짬 내어 마련할 만큼의 체력이 안 되었으니까. 그래서 훈련에 무척 매달리는 편이었고, 해서 더욱 몸 상태를 악화시키고는 했었다.

     그런 자신을 그나마 컨트롤할 수 있도록, 많은 위안을 준 것이 바로 이 ‘쿄라쿠 슌스이’였다.

     쿄라쿠가 내미는 잔을 다시 채워, 자신의 잔과 가볍게 부딪치고, 술로서 입술을 축인다. 우키타케는 비록 저 친구처럼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음껏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특히 이렇게, 우키타케 자신을 계속해서 잊지 않고 찾아와준다는 것이 말이다. 자신은 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할 때가 많은데 생각해보면 그는 제게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같은 스승 아래 함께 배우며, 어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물론 항상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항상 밉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고, 또 그러다보니 도움을 받기도 하고, 어쩌다 주기도 하고……. 그렇게 해를 지나오다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다. 푹 정이 든 채로, 그는 우키타케 곁에 있었다.

     언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쓰러지기 직전 쿄라쿠가 있었다. 우키타케 자신을 4번대로 옮긴 것이 그라 했다.

     언제는 한 번 잠에 들고는 일어나지를 못했다. 깨어나 보니 벌써 몇 달을 앓았다한다. 그간 당연히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은 줄 알았더니 쿄라쿠가 사흘밤낮 저를 찾아 헤매다 스승님이 언질해주셔서 몇 번 병문안을 왔다했다. 내가 깨어났을 때 그는 내게 복주머니를 챙겨주었다. 영험한 효력이 깃든 부적을 누가 주었다던가. 나중에 사기꾼이 쓴 글씨라는 것을 안 쿄라쿠가 노발대발하며 부적을 아주 산산조각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제. 흐릿하게 남은 기억 속에 얼핏 스쳤던 익숙한 한숨소리가 우키타케의 귓가를 간질인다.

     “매번 걱정끼쳐 미안하네.”

     이미 잔뜩 취해 얼굴 가득 홍조가 핀 쿄라쿠에게 우키타케가 말했다. 쿄라쿠는 그것을 듣지 못한 것 마냥 손에 들린 술잔을 스르륵 놓치고 말았다. 그의 고개는 고꾸라져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우키타케가 마지막 잔을 비우며 픽하니 웃었다. 어느새 바닥을 뒹굴던 쿄라쿠의 갓을 쿄라쿠의 얼굴에 아무렇게나 뒤집어씌우고 그 또한 바닥에 몸을 뉘였다. 문 밖의 별들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난 자네가…….”

     자는 줄 알았던 쿄라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가리는 갓을 치워내며 쿄라쿠는 우키타케를 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의 평온한 얼굴이었고, 귀에 들려오는 것은 그의 고른 숨소리였다.

     “눈을 감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한다고.”

     그렇다고 잠을 안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순 없지만. 이 순간에도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하듯 훑으며 뒤늦게야 안심한 쿄라쿠가 너털하게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 머리를 괴고 하늘을 보자니 절로 한숨을 나온다.

     창백한 안색이 더 창백해지는 날이면, 힘없던 얼굴이 일그러지기라도 하면, 기침하다 피를 토하기라도 하면, 돌연 맨 땅에서 비틀거리기라도 하는 때에는.

     어휴.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쿄라쿠는 진절머리를 치며 몸을 돌렸다. 그러며 얼굴 위로 아예 갓을 푹 뒤집어썼다. 저 자신도 눈을 좀 붙이기 위해서 조금 더 편한 자세로 고쳐누운 것이다. 눈앞에 우키타케를 두고 잠에 들었다가는 쿄라쿠 자신이 먼저 혈이 꼬여 사망할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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