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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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14 (하랑, 마틴, 티엔)사이퍼즈 2015. 11. 8. 00:23
[사이퍼즈] 출연 : 하랑, 마틴, 티엔 정. 조건 : @Riel_Twl 님의 #연성소재 –저승사자는 사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살아생전 그 사자가 가장 사랑했던 이의 혼을 잠시 빌려와 인도한다. 살아생전의 말투와 기억, 행동과 표정까지 사랑했던 이의 모습으로, 말 그대로 마지막 만남이 되는 것이다-를 토대로. 까만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긴 머리의 청년이 퀭한 눈으로 손에 쥔 명부를 훑는다. 오늘 그가 인도할 영혼은 이로써 마지막이다. “하랑 군.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빌어먹을 것이 제 일을 떠넘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사내, 하랑은 일주일 내내 자신을 선잠만 자게 만든 두툼한 명부를 소리 나게 덮으며 눈을 치켜떴다. “또 기가 세서 힘들다는 둥 발이 너무 빨라 잡을 수가 없다는 둥 개소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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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13 (윌라드, 드렉슬러)사이퍼즈 2015. 4. 17. 04:06
[사이퍼즈] 출연 : 윌라드 크루그먼, 다리오 드렉슬러. 조건 : 드렉슬러의 고백. ‘그’는 누군가와 얽힐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윌라드는 ‘그’를 선택했다. 윌라드 자신은 명왕과의 거래로 인해 명령과 조건에 묶인 사람이다. 더불어, 그 거래로 얻어낸 자신의 모든 것을 위하여 윌라드는 모든 인연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판단했다. 그래서 그리 했고, 단 몇몇의 예외를 두었다. 그러니까 그 예외에 ‘그’가 속했다는 말이다. 물론 예외 된 그룹에 ‘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윌라드는 제게 먼저 뻗어오는 아이들의 손길만큼은 뿌리칠 수 없었기에 자연히 그러한 아이들 또한 해당 그룹에 포함되었고, 적당한 관계로써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 사료된 소수의 ‘안전 인물’ 몇 또한 포함된 적이 있었다. 포함된 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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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12 (이글, 벨져)사이퍼즈 2015. 3. 3. 12:24
[사이퍼즈] 출연 : 이글 홀든, 벨져 홀든. 조건 : 벨져가 크리스티네의 일을 해결해주고 있다는 걸을 알게 된 이글, 벨져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다이무스를 모른 체 하며 벨져를 돕는다. 그것을 크리스티네는 눈치 채지 못하고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이글이 다이무스의 편지를 다 읽고선 픽하니 웃었다. 나, 참. 비뚤어질 줄 모르는 형이라니까.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으쓱 어깨를 들썩인 이글은 곧 편지를 내려놓고 말했다. “큰 형이 작은 형 엄청 찾고 있는 건 알고 있지?” 이글의 말에 다이무스의 편지가 내려진 책상만 빤하게 바라보던 벨져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여간 재미없는 형들이라니까. 제대로 된 답 없는 벨져의 행태에 이글이 비죽하니 입을 내밀었다. 물론 그러한 것에 크게 연연한다면 이글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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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11 (다이무스)사이퍼즈 2014. 12. 22. 11:39
[사이퍼즈] 출연 : 다이무스 홀든. 조건 : 다이무스의 독백. ‘이글, 나대지 마라.’ 다이무스는 홀든가의 맏이였다. 어릴 적부터 그에게는 동생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하나에서 둘이 된 그들을 돌보는 것은 늘 다이무스 그의 몫이었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여타 형제자매들처럼 시기도 했고, 질투도 했으며, 실제로 그 둘이 없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앞가림만으로도 벅찰 적부터 어린 동생들의 먼저 배려하고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 장차 홀든가를 물려받을 장남으로서 말이다. 그래서 그 둘만 생각하면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적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의 골칫거리들이 스르륵 절로 눈앞을 스쳤다. 아주 생생하게 떠오르는 두 스트레스 덩어리 탓에 다이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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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10 (윌라드, 마틴)사이퍼즈 2014. 11. 25. 22:09
[사이퍼즈] 출연 : 윌라드 크루그먼, 마틴 챌피. 조건 : 어린 마틴을 데려다 교육시키고 키운 윌라드. 마틴이 성장하여 기어코 윌라드보다 더한 직위에 올라섰을 때, 윌라드는 지는 꽃일 뿐. 숨이 끊어져가는 윌라드에게 마틴은 듣고 싶은 것이 있다. 그는 항상 저를 ‘마틴 챌피’라고 불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저인데도 그는 그렇게 거리를 두듯 딱딱하게 저를 불렀다. 그게 못마땅하진 않았다. 그렇게 거슬리지도 않았고, 게다가 부드럽게 불러주는 것을 바라마지않았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마틴은 그래서 ‘그’, 당신을 볼 때마다 덤덤했다. 근데 지금은,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마틴의 눈동자가 한 곳을 향한다. 익숙한 머리칼, 낯이 익은 모양새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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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9 (제레온, 벨져)사이퍼즈 2014. 9. 7. 18:27
[사이퍼즈] 출연 : 제레온, 벨져. “제레온 경.” 곱씹어도 곱씹어도 예쁜 단어다. 아니, 명백히 말하자면 사람의 이름이니 단어라기도 뭣하다. 벨져가 쌉싸름하게 웃었다. 그래. 그 ‘단어’의 당사자도 ‘예쁜’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기도 했다.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을 벨져는 굳게 닫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주변을 감싸온다. “제레온 경.”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불러본다. 눈앞에 익숙한 인영이 떠올랐다. 그래. 제레온, 경. 벨져는 눈앞의 그에 속삭이듯 말했다. “제가 당신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벨져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제가 고개를 들고 그 얼굴을 마주하지 못할 만치 높았습니다. 해서…….”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켜고, 어느새 마른 입안을 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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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8-2 (윌라드, 드렉슬러)사이퍼즈 2014. 8. 31. 23:24
[사이퍼즈] 출연 : 윌라드 크루그먼, 샬럿, 다리오 드렉슬러. 조건 : 요즘 흥한 꽃병 컨셉. 드렉슬러를 마음에 둔 윌라드. 그리고 그 마음에 반응한 드렉슬러. “크루그먼, 너무한 거 아니야? 샬럿이 자네한테…….” 벌컥 윌라드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이닥쳤던 드렉슬러가 멈칫하고 그 자리에 굳었다. 방 안은 텅 비어있었다. 막 성을 내며 윌라드를 찾아 들어왔던 그는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가 있으리라 예상했던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크루그먼, 그는 매번 이 곳을 떠난 적이 없었다. 아니, 아마 그렇지 않을까 드렉슬러는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가 들이닥칠 때마다 윌라드는 항상 이 책상에 앉아서 마치 저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덤덤하게 저를 바라보곤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딜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