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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사
    해리포터 2016. 12. 5. 18:08

    [신비한 동물사전] 퍼시벌 그레이브스

     

     

     

     

    크레덴스가 갑자기 움츠러들지 않거나 말을 더듬지 않을 땐, 그가 곧 폭주하리란 신호였다.

     

    그레이브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레이브스의 얼굴을 보고 또 그날 일을 떠올린 것일 테다. 크레덴스 이 소년은 그날 그레이브스가 입었다던 새까만 코트와 지팡이를 보기만 하면 늘 불안해했다. 심하면 이렇게 폭주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몰래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그레이브스는 황급히 입고 있던 까만 코트를 벗고 지팡이를 내던지듯 놓았다.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급히 삼킨 숨을 고르고서, 그레이브스는 조심스럽게 소년을 향해 눈을 맞추었다. 소년은 그레이브스를 목격한 그 시점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있었다. 푹 숙여진 고개 아래, 아무런 이상증상 없이 고요한 몸과는 달리 점점 더 파리해져가는 소년의 입술.

     

    , 크레덴스. 자신의 목소리가 이번에도 부디 소년에게 닿기를 바라며 그레이브스는 나직이 속삭였다. 소년의 입술색 못지않게 그레이브스의 목소리 또한 창백하다. 온몸 이곳저곳이 쑤셔왔던 탓이다.

     

    소년이 기억하는 그날이 있기 전, 그린델왈드에게 공격받아 한참을 속박되어 있던 그였다. 뉴트의 도움으로 그린델왈드가 붙잡히고 본래의 국장인 진짜 퍼스벌 그레이브스가 발견되기까지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강력한 정신 마법의 후유증 때문에 그 스스로도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마법부 조사 결과, 그린델왈드가 제법 오랜 기간 그레이브스인 척하고 돌아다녔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는 아마도 꽤 오랜 기간 그린델왈드의 마법에 속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 몸으로 그날 직후 갈 곳을 잃은 크레덴스를 챙기고 보살피기까지 했다. 다 낫지 않은 몸으로 이미 갖은 무리는 다 겪었단 소린데 그 상태로 갑작스레 긴장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그레이브스 본인도, 크레덴스도 겪어본바 모두 알고 있었으나 소년은 멈출 수가 없었다. 소년 크레덴스의 얼굴이 울상으로 구겨진다.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합니다. 달달달 떨며 소년의 입이 웅얼웅얼 말한다. 그 모습에서는 상당한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레이브스는 크레덴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나는 그레이브스 자신이 다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소년 본인이 가진 힘 그 자체였다. 그레이브스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애써 웃는 얼굴로 저가 괜찮다는 것을 표명하기 위해 손을 뻗어 소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나를 봐, 괜찮다. 크레덴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곤 한 걸음씩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소년의 시선이 다가오는 그레이브스의 구둣발에 닿는다. 가까워지는 새하얀 셔츠, 식은땀이 흐르는 그레이브스의 창백한 얼굴과, 저를 향해 연신 움직이는 마른 입술.

     

    그는 이곳에 없어. 이곳엔 너와 나뿐이다, 크레덴스.”

     

    소년이 그에게 집중했다. 그레이브스는 안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혀 부드럽게 풀어냈다. 그러며 계속해서 소년의 이름을 읊어주었다.

     

    크레덴스. 고개를 들어 여길 봐라. 주문처럼 잔잔하게 울리는 그의 음성은 서서히 소년을 진정시켰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제 마지막 한 걸음. 그레이브스의 하얀 셔츠가 어느새 크레덴스의 눈앞까지 가까워졌을 때, 비로소 그레이브스의 손이 소년에게 닿는다.

     

    소년은 안정을 되찾은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레이브스는 소년을 감싸 안자마자 긴장이 툭 풀리는 것을 느꼈다. 작지 않은 소년의 어깨가 그레이브스의 품에 들어온다. 소년은 다시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몸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평소의 소년으로 돌아왔다. 그 사실에 그레이브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졌다. 얼떨결에 함께 주저앉은 꼴이 된 크레덴스가 얌전히 그를 따라 가만히 쪼그려 앉아 망부석처럼 굳었다. 주변을 맴돌던 긴장감도 함께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힘 풀린 그레이브스의 손이 크레덴스의 뒷덜미를 훑는다.

     

    좋아, 잘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크레덴스. 앞으로는 지팡이로만 그 힘을 사용하는 거다. 알겠니?”

     

    그레이브스의 목소리가 소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파묻힌 소년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준 지팡이는?”

     

    확인하듯 묻는 그레이브스의 음성에 소년이 살짝 고개를 든다. 소년의 시야 한가득 그레이브스의 하얀 셔츠가 존재했다. 새카만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소년은 다시 온기 속으로 고개를 묻었다. 이마와 볼, 그리고 몸 이곳저곳 닿은 온기를 향해 소년이 재차 고개를 끄덕인다. 늘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준 것은. 소년의 마음속 외침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한층 밝아진 그레이브스의 음성이 소년의 귓가에 들린다.

     

    그래, 훌륭하구나.”

     

    그레이브스의 온기가 크레덴스의 어깨에 잠시 닿았다 떨어졌다. 소년의 눈치를 살피며 그는 내동댕이쳤던 자신의 짐을 챙겨 다시 외출을 준비했다. 이번에 소년은 다행히도 양호해 보였다.

     

    이번엔 또 괜찮은가. 그레이브스의 표정이 묘해졌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년의 폭주는 갈피를 잡으려야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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