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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다 형제
    기타 2016. 11. 24. 18:50




     시마다 일족은 다 검은머리에 황색피부 가지고 있는데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한조의 동생 겐지. 겐지만 녹색머리 하얀 피부여서 겐지는 자라면서 은근한 눈초리와 편애 등을 겪었는데, 그 중 특히 늘 비교 대상이 되곤 했돈 한조에게 약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자라게 된다.


     한조는 그런 동생이 신경 쓰였다.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해도 가족이기 때문이겠지, 한조는 생각했다. 시마다일족의 규칙을 중시하는 아버지도 물론 존경하고 따랐지만 그는 어머니도 좋아했으므로, 그러한 어머니가 신경 쓰시고 안타까워하는 자신의 동생 겐지에게 눈길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었다.


     세 살 터울의 겐지는 그래도 꽤 재능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온전한 시마다의 핏줄이 아니라 걱정은 하였으나 제법 어린 나이에 시마다 일족의 용을 각성하기도 하였다. 물론 한조보다는 더디고, 또 덜하여 다른 이들은 겐지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한조는 가만히 자신의 팔과 같은 문신이, 제 동생의 등골을 따라 피어나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 날, 겐지는 그를 닮아 청명하고 활기찬 녹색 용을 얻게 되었다. 그 후....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떠 한조는 제 주변을 맴돌던 용을 갈무리했다. 명상의 끝에 잠시 스치는 기억의 파편에 한조의 목 뒤에 송글송글한 식은땀이 맺힌다. 그는 마치 검을 쥔 것처럼 떨리는 손을 애써 무시하고 몸 가까이 두었던 활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거를 떠올리기엔 이미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 


     끔찍이 아끼던 자신의 동생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검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늘 말하곤 했다. 네가 이 시마다 일족을 이끌어야할 날이 오면, 그때는 네 결정이 시마다 일족의 결정이 될 것이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강인해야한다. 아버지의 말 속에는 온전히 한조를 염려하는 마음뿐이었다. 아버지의 일족. 아버지가 수장인 시마다 일족의 미래에 겐지는 없었다.





     시마다일족은 대대로 타 일족과 균형을 유지하는 편이지만, 때때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전쟁을 마다않기도 한다. 그럴 때면 수많은 일족들이 다치거나 죽게 된다.


     그의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조는 아버지가 떠나며 남기신 유언대로 일족의 수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래. 수장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은 공식적으로는 시마다 한조, 그였다.


     "겐지."


     한조는 굳은 표정으로 겐지를 불러세웠다. 겐지는 한조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버지도 형이 하길 원할 거야. 대신 내가 형을 도울게. 그러면 시마다일족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어. 세계의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다고!"


     그러며 하는 말에 한조는 말문이 막혀 한 차례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는 말했다.


     '시마다의 수장이 되지 못한 형제는 살아남을 수 없어. 그게 시마다 일족의 룰이다. 한조. 네가 수장이 되면, 하나는 죽어야할 것이다.'


     움켜쥔 한조의 주먹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떨린다. 차가운 표정의 한조는 까득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 이게 당신이 말한 희망이었습니까.


     결국 그는 선택해야했다. 자신의 선택을 할 것인지, 시마다 일족의 선택을 할 것인지. 답은 정해져 있었다.


     꾹 감은 한조의 눈꺼풀이 떨린다. 한조는 다시 한 번 아버지의 환청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네 결정이 시마다 일족의 결정이 될 것이다.'


     아버지는 틀렸다. 결정권은 그 자신에게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시마다 일족의 결정을 따라야할 뿐이었다.


     한조는 자신의 동생 대신, 결국 시마다 일족을 선택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던 어머니는 결국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셨다. 한조는 가느다란 어머니의 손을 감싸쥐었다. 작게 달싹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조의 귓가에 닿는다.


     겐지. 자신이 베어버린 이후 단 한 번도 소리내어 부를 수 없었던 그 이름. 붉게 피로 물들었던 처참한 그 날 그때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 한조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겐지, 다시 한 번 달싹이는 어머니의 눈에 서서히 빛이 사라진다. 가만히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던 한조는 몸을 숙여 어머니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머니. 겐지는...


     얼마만에 입에 담은 이름인가. 한조는 한가닥 흐트러진 숨을 정리하고 마저 입을 떼었다. 가망이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한조는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겐지는 살아있을 겁니다.


     그것은 그의 바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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