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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탐/뷰마] 현준이와 구형이
    기타 2017. 2. 11. 21:39



     "현준아."


     저와 비슷한 음성이 저를 부름에, 현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뭐 왜 또 무슨 잔소리를 하시려고? 고깝게 쳐다보니 상대는 너는 또 뭘 그렇게 날을 세우고 그러냐며 잔소리하려는 거 아니라고 아이 구슬리듯 말했다.


     "현준이 너 내일 아부지 생신이시라구 그러지 않았어? 근데 이렇게 늦게까지 여기 계속 있어두 돼?"


     상대, 구형은 현준과 같은 얼굴로 걱정과 의아함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그 꼬장꼬장한 노친네 생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쓰잘데없는 소릴 지껄인다며 현준은 술잔을 들었다. 짜증스럽게 벌컥벌컥 한 잔을 죄다 비운 그는 구형과 놀랍도록 닮았으나 남다른 성질머리나 표정으로 하여금 구형과는 완전 다른 인물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게 하였다.


     구형과 현준은 서로의 얼굴이 새삼스럽지도 않은지 익숙하게 대화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정확히는, 술을 마시는 건 현준뿐이었지만 말이다.


     현준은 손끝하나 대지 않은 구형의 술잔에 눈길을 주곤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럴거면 왜 같이 마시재, 사람 앞에 두고 술을 장식용으로 쓸 거면 혼자 마시는 거랑 다를 게 뭐야? 애꿎은 술만 아깝지. 궁시렁대며 새로 채운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현준에, 구형이 픽 웃었다.


     저렇게 꿍얼거려도, 정말 싫었으면 고래고래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그래도 표면상 얼굴에 불만이 아주 가득하니, 구형은 현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서 슬쩍 잔을 쥐었다. 덩달아 현준의 눈동자가 한 번 데굴 구른다.


     구형은 한참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질만 치다가 뒤늦게야 입술만 대듯 한모금 마셨다. 현준이 에이씨, 혀를 찼다. 괜히 줬다고 댓발 나온 입으로 투덜거리는 현준의 모습에 구형이 또 웃은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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