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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6 (다이무스, 이글)
    사이퍼즈 2014. 8. 12. 23:51

    [사이퍼즈]

     출연 : 이글 홀든, 다이무스 홀든.

     조건 : 현대배경. 이글 백수, 다이무스 병 걸린 상태.



     다이무스가 집안에 들어섰다. 다른 때완 달리 문소리뿐만 아니라 부스럭대는 비닐소리 또한 같이 들렸다. 이글이 벌떡 일어나 그를 반겼다.

     “형, 뭐 사왔어?”

     평소같으면 소파에 뒹굴대며 ‘왔어?’하고 말았을 녀석인데 비닐봉지 소리가 들리자 귀신같이 알아채고 달려온다. 다이무스가 한심스런 눈길로 이글을 훑곤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때까지 이글은 다이무스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에 눈길이 빼앗긴 채였다.

     “형, 이거 뭐야? 먹을 거야?”

     과자? 아이스크림? 깐족대며 곁을 맴도는 이글을 참다못한 다이무스가 입을 뗐다.

     “나가.”

     칫. 비죽 입을 내밀고서 이글은 결국 형 방을 나섰다. 뭐야. 좀 나눠먹으면 덧나나. 순간 좋았던 기분이 꽁해진 이글이 신경질적으로 소파에 드러눕는다. 마침 옷을 다 갈아입은 다이무스가 방을 빠져나올 때였다.

     “이글. 또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었나. 적어도 자기가 어지럽힌 건 치우고, 일자리를―.”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서며 거실을 본 다이무스가 한바탕 잔소리를 시작했다. 여느 때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기분이 나빠진 이글에겐 그것이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왔다.

     “아! 알아서 한다고!”

     울컥 이글이 소리쳤다.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말을 늘어놓던 다이무스의 입이 그대로 멈췄다. 그의 시선이 이글을 향한다. 한 데 올려묶은 이글의 긴 머리칼이 눈에 들어온다. 삑삑 애꿎은 TV채널이 연달아 바뀌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한껏 짜증스러움이 묻어났다. 다이무스는 입을 닫았다.


     다 씻고 나와 쌓인 설거지를 하고 저녁을 차린 뒤, 대충 끼니를 때웠다. 물론 이글의 표정은 맛없어 죽을 판이었지만 말이다.

     “형, 내일은 고기 먹으면 안 돼?”

     다이무스는 대꾸하지 않고 남은 밥을 마저 긁어먹었다. 푹 이글의 한숨소리가 다이무스의 귓가에 닿았다.

     “아. 맛없어.”

     결국 반 이상 남긴 채 이글이 자리를 뜬다. 물 잔에 물을 담으며 다이무스가 힐끔 그를 보았다. 제 방으로 들어가는 척하며 슬쩍 도둑걸음을 하여 다이무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다이무스의 시선이 이글의 빈자리에 남았다. 이글이 앉았던 자리엔 다이무스가 퍼준 밥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후루룩 잔을 들어 물을 마시며 다이무스는 꽥하니 들려오는 비명을 한 귀로 흘렸다.

     “악! 뭐야! 먹을 거 아니잖아!”

     아우씨, 하고 씩씩대며 나오는 이글을 다이무스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무시했다. 이글은 쿵쾅대며 다이무스의 방을 나와 그 내용물을 그의 앞에 던졌다.

     “먹을 거 아니면 아니라고 말 좀 해주지. 아, 진짜.”

     신경질적인 이글의 음성과 함께, 약이 한주먹 든 약봉다리가 다이무스의 앞에 툭하니 떨어졌다. 그가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왔던 것이었다. 이글이 제 분에 못 이겨 벅벅 신경질을 부리며 제 방으로 들어간다. 다이무스는 그제야 그것을 집어 들었다. 다시 물을 머금고, 약을 털어 넣으며 다이무스가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단박에 약을 삼켜낸 그의 입가에서 곧 깊은 한숨이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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