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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7 (다이무스, 이글)
    사이퍼즈 2014. 8. 24. 13:14

    [사이퍼즈]

     출연 : 다이무스 홀든, 이글 홀든.

     조건 : 다이무스가 죽음.



     형. 달콤한 그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큰 형. 형아. 이글이 소리 없이 되뇐다. 구슬처럼 혀에 얽혀드는 그 감촉이 나쁘지 않다. 작은 형이 사라지고 나서 큰 형은 더욱 말수가 줄어들었고, 더욱 웃음이 없어졌으며… 자신을 더욱 더 상대해주질 않았다. 이글은 마른 입안을 축이기 위해 입을 여몄다.

     형. 작은 형이 나간 뒤로 이제는 별다른 수식어를 붙일 이유도, 필요성도 없어 자주 그렇게 부르곤 했다. 형 아니면 형아. 그것도 아니면… ‘어이’? 이글은 저 홀로 생각하다 킥킥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어이’라고 시건방지게 그를 부를 때마다 그는 반응했다. 무시로 일관하던 그 얼굴을 구기고, 이글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좋았다. 나대지 말라며 제게 칼을 들이밀 때도 있었지만, 그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 자체가 이글은 좋았다. 물론 자신의 단 하나뿐인 큰 형을 무시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자주 건방지게시리 불러대진 않지만, 그래도 몇날며칠을 그와 대면조차 하지 못할 때가 오면 이글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그를 도발했다.

     ‘어이.’

     그렇게 도발하여, 며칠만인지 모를 그의 깊은 눈동자를 대면할 수 있게끔 했다. 그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매섭게 이글을 쳐다보았지만, 그때마다 이글은 그제야 속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어스름히 잃었던 이성을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때마다 마주치는 그의 깊고 깊은 눈동자가 이글을 그리 만들었다.

     “형.”

     그, 깊고 깊은 눈동자. 이글이 조용히 그를 부르며 그의 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평소라면 그는 당장에 칼을 뽑아 제 손을 썰어버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평소라면…….

     “형아.”

     저가 이렇게, 손을 뻗을 용기조차, 내지 못했을 터인데. 이글이 다시 한 번 그를 부르며 깊게 숨을 삼켰다. 비로소 손끝에 그의 볼이 닿았다. 다시 한 번 벌어진 이글의 입술이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하고 삽시간에 다물렸다.

     형.

     꺼내지 못한 그 음성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그의 눈동자가, 깊은 어둠 속에서 저를 향한다. 아, 감겨진 저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만 있다면.

     나는 영원한 죽음도 택할 수 있을 지언데.

     저를 향한 그의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이글은 되뇌었다. 형. 굳게 닫힌 다이무스의 눈꺼풀을 바라보던 이글이 눈을 감았다.

     닫힌 이글의 눈동자는 자신의 형 다이무스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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