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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11 (다이무스)
    사이퍼즈 2014. 12. 22. 11:39

    [사이퍼즈]

     출연 : 다이무스 홀든.

     조건 : 다이무스의 독백.



     ‘이글, 나대지 마라.’

     다이무스는 홀든가의 맏이였다. 어릴 적부터 그에게는 동생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하나에서 둘이 된 그들을 돌보는 것은 늘 다이무스 그의 몫이었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여타 형제자매들처럼 시기도 했고, 질투도 했으며, 실제로 그 둘이 없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앞가림만으로도 벅찰 적부터 어린 동생들의 먼저 배려하고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 장차 홀든가를 물려받을 장남으로서 말이다. 그래서 그 둘만 생각하면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적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의 골칫거리들이 스르륵 절로 눈앞을 스쳤다. 아주 생생하게 떠오르는 두 스트레스 덩어리 탓에 다이무스의 얼굴엔 웃음 필 날이 없었다.

     즐거웠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쁘고, 행복한 적이 없던 것도 아니다.

     그 둘이 좋았던 적이 없던 것도 아니었고.

     ‘벨져, 멀리 가지 마라.’

     다만 그 또한 놀고 싶을 때에, 제 눈 밖을 벗어날까 염려되는 동생들 탓에 뒤치다꺼리만 하다 정작 저 자신은 놀지 못해 서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뿐. 그러나 싫지만은 않았다. 다만 힘들었고, 애를 많이 먹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금 자란 둘째가 저 딴엔 형이랍시고 제 아랫동생 막내를 끔찍이도 챙겼다는 것이다.

     조금 더 커서는 둘이 공모하여 아주 색다른 말썽을 피우기도 했지만, 벨져는 평소 바쁜 다이무스를 대신하여 이글을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대부분의 앞가림을 스스로 하여 다이무스의 걱정을 덜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것은 맏이인 다이무스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돌아와라, 벨져.’

     그러나 만약 그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지금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이무스는 생각했다. 그간 많은 걱정더미와 스트레스를 남겨주었지만, 그래도 그런 그 둘이 이제와 사라진다면…….

     ‘이글, 나대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다이무스는 무척 허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이 구석 한 켠에 놓여 있던 칼을 집어 든다.

     막내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 둘째가 돌아오지 않은 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 모른다.

     철이 들고, 검의 무거움을 알게 되고, 해서 그것을 놓기까지 다이무스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을 다시 들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다이무스는 무척 오래만에 자신의 검을 쥐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손잡이의 감촉은 그 옛날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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