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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5 (웨슬리, 마틴/썰@jekaru_cp)
    사이퍼즈 2014. 8. 5. 20:51

    [사이퍼즈]

     출연 : 웨슬리 슬로언, 마틴 챌피.

     조건 : 제카르(@jekaru_cp)님의 썰에 의거, 누군가의 소개로 우연히 둘이 만나 첫 인사를 나누게 된 이야기.


     마틴은 웃으며 손을 건넸다. 악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마틴 챌피입니다.”

     그러며 상대의 뇌파를 읽었다. ‘웨슬리 슬로언’. 다른 이들보다 유난히 머릿속이 복잡한 인간이다. 그러나 그뿐, 그로부터 흘러드는 생각에 유달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사내가 마틴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부탁하네. 웨슬리 슬로언일세.”

     ‘성실해 보이는 청년이군.’

     마틴에게 남의 생각을 읽는 것쯤은 익숙한 일이고, 초면의 이러한 감상 또한 낯선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겪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첫 대면 때 상대에 대한 감상을 무심코 떠올리니 말이다. 저를 향해 마주 미소를 띠는 중년 사내를 보면서 마틴은 생각했다.

     “젊은 친구가 이곳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능력잔가?”

     이 자는 과연.

     “네, 뭐… 그리 힘들지도 않은 걸요.”

     내 능력을 밝히면.

     “‘비능력자’이신 ‘장군님’의 그 ‘수 십 년간의 노고’에 비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틴이 웃으며 말했다. 물었던 사내의 표정이 굳었다. 상대의 머릿속에서 퍼뜩 떠오르는 그 상념을 들었다.

     ‘기분 나쁜 능력이군.’

     역시나. 마틴은 생글 웃었다. 사내의 눈동자가 마틴을 빤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곧, 사내의 손이 마틴의 어깨에 닿았다.

     멈칫하고 마틴의 몸이 굳었다. 한참 뒤에야 다시 정신을 차린 마틴이 그가 있던 곳을 보았으나 그는 이미 저만치 사라진 뒤였다. 마틴은 조금 전 그에게서 느껴졌던 낯선 감각들을 무심코 떠올렸다. 마틴의 손이 머리맡의 모자로 향하고, 그 얼굴이 그림자에 가리어졌다. 사람들이 어떤 이를 볼 때 그런 마음을 느끼며 그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마틴 챌피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안타까움과 같은, 그러니까…….

     ‘많이 고생했겠어.’

     연민(憐愍)이다.

     사내는 자신에게 저의 생각을 읽히고서도, 저를 연민하였다. 마틴은 붙잡은 모자 끝을 당겨 얼굴을 가렸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 십 수 년 간 지켜왔던 자신의 포커페이스가, 겨우 쌓은 자신의 탑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얼굴을 덮은 모자가 서서히 습기를 머금었다.

     ‘힘내게.’

     마틴의 입가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이건, 완전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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