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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4 (윌라드, 샬럿)
    사이퍼즈 2014. 7. 23. 19:12

    [사이퍼즈]

     출연 : 윌라드, 샬럿.


     “아저…….”

     윌라드의 옷깃을 붙잡고 무심코 입을 뗐던 샬럿은, 금세 입을 다물고 다시 열어야 했다. 힐끔 저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샬럿이 살짝 윌라드의 곁에 붙었다.

     “저, 이사 님.”

     “네, 샬럿 양.”

     부드럽게 깔린 윌라드의 음성이 샬럿을 향했다. 샬럿은 그제야 주변을 살피던 시선을 떼고 윌라드를 보았다. 따듯한 시선이 샬럿을 향한다. 샬럿은 서서히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 뒤에 말을 뱉는 것은 많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왜 사람들은 제가 이사 님께 아저씨라고 부르는 걸 싫어할까요?”

     조심스러움과 섭섭함이 깃든 음성이라 윌라드는 생각했다. 윌라드는 되레 반문했다.

     “누가 샬럿 양에게 그런 이야길 했습니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그냥…….”

     윌라드의 말에 샬럿이 흠칫하고 고개를 저었다. 딱히 특정인 누군가가 저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자기가 느낀 것을 무심코 말했을 뿐인데, 윌라드가 크게 받아들여 오해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격하게 부정을 한 샬럿은 적당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우물거리던 샬럿의 음성은 얼마 가지 않아 끊기고, 그녀의 입 또한 굳게 다물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샬럿의 모습에 윌라드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샬럿 양.”

     “네, 아저씨.”

     윌라드의 부름이 어찌할 바 모르도록 일렁이던 샬럿의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혀주었다. 샬럿이 조심스럽게 그 부름에 답했다. 윌라드는 말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것을 따라주길 바라지요. 그게 바로 규칙이 되는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따르게 되는, 또 따르게끔 하는 ‘암묵적인 규칙’. 샬럿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들으며 그렇구나하고 생각했다. 윌라드는 그런 그녀의 깨끗함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말로, 저는 그것을 편견이라고 부릅니다.”

     편견이 없는 그 깨끗함이 말이다. 윌라드는 그녀가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그리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샬럿 양. 구름은 형태가 없다는 것을, 샬럿 양이라면 아주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러기에는 비유가 가장 적절한 대안이었다.

     “‘처음’에는 말이지요.”

     윌라드는 흐려진 시야를 깜빡여 정신을 환기시켰다. 문득 스친 생각들이 그의 기분을 순식간에 가라앉힌다. 다시 샬럿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가 입을 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생각이 굳어져 딱딱한 형태를 이루게 되면, 그것은 규칙이 아니라 편견이 됩니다.”

     아주, 좋지 않은 편견 말입니다. 어느새 구겨진 미간을 펴며 윌라드는 중얼거렸다.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샬럿이 제 머리맡을 떠나는 온기에 멈칫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향하는 샬럿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샬럿 양.”

     그를 응시하던 샬럿의 눈이 그에 반응하듯 감겼다 뜨인다.

     “저는 당신이 지금처럼 ‘구름’으로 남아주었으면 합니다.”

     윌라드는 거기까지 말을 끝내곤 입을 닫았다. 땅이 꺼지고 바람이 불어도… 그래, 천재지변으로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샬럿 양.”

     언제든 무지개를 띄울 수 있는 ‘강인한 구름’으로 말입니다. 윌라드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을 본 샬럿이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

     “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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