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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12 (이글, 벨져)
    사이퍼즈 2015. 3. 3. 12:24

    [사이퍼즈]

     출연 : 이글 홀든, 벨져 홀든.

     조건 : 벨져가 크리스티네의 일을 해결해주고 있다는 걸을 알게 된 이글, 벨져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다이무스를 모른 체 하며 벨져를 돕는다. 그것을 크리스티네는 눈치 채지 못하고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이글이 다이무스의 편지를 다 읽고선 픽하니 웃었다. 나, 참. 비뚤어질 줄 모르는 형이라니까.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으쓱 어깨를 들썩인 이글은 곧 편지를 내려놓고 말했다.

     “큰 형이 작은 형 엄청 찾고 있는 건 알고 있지?”

     이글의 말에 다이무스의 편지가 내려진 책상만 빤하게 바라보던 벨져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여간 재미없는 형들이라니까. 제대로 된 답 없는 벨져의 행태에 이글이 비죽하니 입을 내밀었다. 물론 그러한 것에 크게 연연한다면 이글 홀든이 아닐 테다. 이글은 곧 개구진 표정으로 웃었다.

     “뭐, 끝까지 큰 형 몰래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뭣하면 도와줄까? 형. 이거 재밌겠는데.”

     킥킥대며 웃어젖히는 이글을 벨져가 게슴츠레 훑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도움은 필요 없다, 이글. 프리츠 경의 일은 전부 내가 해결할 테니까. 관계도 없는 타인에게 손 벌릴 생각은 없어.”

     벨져의 음성은 단호했다. 큰 형이고 작은 형이고 이런 덴 쓸 데 없이 단호하다. 이글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구겨졌다.

     “관계도 없는 타인이라니. 섭섭한데? 뭐… 그럼 알아서 해보라구.”

     어깨를 으쓱인 이글이 곧 가벼운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방해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도와줄 생각도 없으며, 그저 자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씩 웃으며 자리를 뜨는 이글을 벨져는 묵묵히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 놓인 다이무스의 편지는 지독히 딱딱한 형태였다. 가끔은 저런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일에 한해서는 오히려 그 점이 해가 되었다. 지금 다이무스를 만나는 것은 벨져가 하는 일에 대해 해가 될 것이 뻔하므로, 벨져는 그 편지를 그대로 구겨서 버렸다. 형을 만나는 것은 나중 일이다.


     이글은 매사 진지한 다이무스에게도, 그리고 그보단 아니지만 상당히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하는 벨져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물론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겐 매사 무거울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떠한 일은 충분히 무거운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 똑같은데 무겁게 생각할 게 뭐가 있담.”

     이글이 흐아암,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다만 흘러갈 대로 흐르면 그만이지.

     “재미만 있으면 됐지. 안 그래?”

     아버지. 아, 간만에 보고 싶네. 샐죽하니 웃음을 머음은 이글의 입술이 곧 함박웃음을 그린다. 흐음. 어쩌면 적당한 곳에 소속되어, 제 3자의 입장에서 이 흐름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큰 형이 소속된 회사나 작은 형이 소속된 기사단과는 다른 곳이어야 할 텐데…….

     “연합이나 가볼까.”

     볼따구를 긁적이며 이글이 영혼 없이 중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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