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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피아&딸(썰@bunsun12)
    순수창작 2014. 7. 16. 16:56

     후후가 손에 든 알림장을 꼼지락거리며 아빠에게 내밀었다.

     “아빠나 소풍가요근데에.”

     그러며 불안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운을 뗀다.

     “현장에서 모여야 한대에.”

     말끝을 흐리는 폼을 보아하니 그러니까 제발 저따위 시커먼 종자들은 냅두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러갔다 오게 해 달라.’ 분명 그런 의미가 깃들어 있는 거 같은데 이놈의 아빠라는 사람은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괴었다비서가 질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데려다주마!”

     ‘그럼 더 위험하겠군우리 딸이 위험하면 안 되지보디가드를 몇 명 더…….’

     역시나혹을 떼는 게 아니라 더 붙여줄 것만 같았다비서는 예상에서 한 치의 오류도 없이 들어맞은 그 대사를 무심코 따라 뱉으며 슬쩍 그의 딸을 보았다그럼 그렇지이쪽도 역시나다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후후를 보고 비서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저기… 친구들이랑 그맛있는 것두 사먹게…….”

     “그래용돈이 필요하구나.”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입을 뗀 후후에게 그 아비란 사람은 또 다시 제 지갑을 뒤적여 떠억하니 흰 지폐를 꺼내들었다.

     “여기… 부족하니?”

     기어코 후후의 손에 쥐어진 100만 원짜리 수표를 보며 비서는 이번엔 대놓고 이마를 짚었다보스제발원하는 대로 용돈을 주었음에도 울상인 딸애의 얼굴을 보고 이놈의 보스는 그 뜻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의아한 듯이 되묻기나 한다참다못한 그가 보스의 뒤에서 커다랗게 글씨를 써보였다.

     ‘이따가 5천원 챙겨줄게.’

     아빠 뒤편에서 팔랑이는 메모지를 확인한 후후가 그제야 화색을 띠었다.

     “아니에요괜찮아요아빠!”

     보스는 밝아진 딸애의 모습에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후후를 무사히 돌려보낸 후비서가 지친 표정으로 자신의 지갑을 살폈다이제 이런 거 질린다그래아빠가 돼서 딸 속도 모르는 보스님 뒤치다꺼리하는 게 아주 질리고 질려서 더는 못해먹겠다 말이다그렇게 보스 몰래 잘근잘근 잇속을 씹으며 비서는 생각했다후후가 이번 소풍을 무사히 다녀오는 것만 확인하고 사표를 내야겠노라고그러나 그 전에.

     ‘일단 5천원을 준다고는 했는데요즘 물가로 5천원 가지곤 제대로 된 햄버거 값도 안 될 텐데…….’

     천 원짜리며 만 원짜리며 지갑 속에 있는 돈 없는 돈 싸그리 긁어모으는 비서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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